맞벌이 부부 자녀 덧니·충치 더 많다…관리소홀 원인

2008.11.06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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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 김혜선씨는 얼마 전 자녀의 치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출근이 빠르고 퇴근이 늦은 직업 탓에 자녀의 치아에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젖니가 빠지고 새로운 치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렸을 땐 분명히 가지런했던 치열이 삐뚤삐뚤 못생기게 자리잡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치아 안쪽에 거뭇거뭇한 충치가 생긴 것도 보였다. 처음 치아를 갈 때는 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치아가 빠지고 나는 혼합치열기 치아는 시시각각 모양이 변하고, 잘못 관리하면 덧니나 충치가 쉽게 생길 수 있어 부모의 세심한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때 관리가 잘 안 되면 영구치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구치는 한번 문제가 생기면 회복이 안돼 젖니와 영구치가 함께 있는 시기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시기 치아관리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자녀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맞벌이 부모의 경우 자녀치아에 대한 집중관리가 떨어져 덧니나 충치가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치과네트워크가 소아청소년기의 치아관리에 부모관심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를 위해,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 중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다른 맞벌이와 외벌이 부모 각각 338명, 총 676명을 대상으로 자녀의 구강문제와 치과관리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모의 관심과 시간투여가 자녀의 치아건강에 많은 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자녀의 치아에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맞벌이 부모는 81%(274명)가 ‘그렇다’, 외벌이는 66%(223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영구치가 모두 나온 지 3년 이내인 중학생들이 벌써 영구치에 손상이 생겼다는 점은, 아이들의 치아건강 문제가 이미 심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맞벌이 자녀는 15% 정도 더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에게 나타나는 가장 큰 치아문제는 부정교합과 충치였다.

이번 조사 결과, 맞벌이 자녀(40%/134명)에서 약 10% 정도 더 많은 부정교합을 보였고 충치의 경우도 부모가 집중 관리해주기 어려운 맞벌이 자녀에게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자녀의 충치는 41.4%(140명)로 외벌이 자녀 24%(81명)보다 2배 까까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잇몸문제(맞벌이 7.7%/외벌이 6.2%)나, 입마름 증상(맞벌이 5.7%/ 외벌이 5.3%)등 전체적인 구강건강에서도 맞벌이 자녀가 외벌이 자녀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충치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경우에도 맞벌이 자녀의 충치개수가 더 많았고, 충치가 파고든 정도도 더욱 심각했다. 충치가 진행되고, 이환 되는 동안 관리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맞벌이 자녀와 외벌이 자녀의 구강건강이 차이가 나는 것은, 유전적 요인 못지 않게 부모의 관심이나 치과방문, 식이조절 등 환경적 요인이 자녀의 치아건강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맞벌이 자녀, 영구치 나오는 시기에 세심한 관리 안 돼

초등학생 시기는 자녀의 영구치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는 혼합치열기이기 때문이다.

충치의 경우에는 단 음식을 자주 먹는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생기는 구강질환이라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그러나 맞벌이 부모는 바빠서, 자녀에게 쏟는 물리적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충치 사실을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충치가 더 심각해지고 다발적으로 생기게 된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지금 당장 자녀에게 필요한 치과치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23.4%(79명)가 잘 모른다고 답해, 자녀의 치아문제 파악과 치료가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덧니의 경우도 마찬가지. 젖니는 턱뼈 성장을 촉진할 뿐 아니라 앞으로 날 영구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젖니가 날 때부터 영구치로 바뀌는 혼합치열기에는 3개월에 한번 정도 정기적인 치과검진이 필요하다. 따라서 덧니는 만 6세부터 12세까지 즉 초등학교를 다니는 시기에 형성된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는 물리적인 시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혼합치열기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구치가 나오기 시작할 때 젖니를 빨리 뽑아주어야 영구치가 제 자리를 확보하게 되는데, 늦어질 시에는 영구치가 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삐뚤어지고 겹쳐지는 덧니가 형성된다.

바쁜 생활 때문에 자녀에게 빠르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이거나, 자녀 스스로 식사를 챙겨먹게 하는 점도 덧니의 원인이다. 빵이나 죽, 햄버거 등의 음식을 먹이기 쉽고, 아이 스스로 챙겨 먹다 보면 씹는 작용이 필요 없는 음식이나 시중에 파는 과자, 빵 등 먹고 싶은 음식만 가려 먹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식생활습관은 턱발달을 저해시켜, 결국 젖니보다 큰 영구치가 들어갈 공간이 좁아지면서덧니가 생기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실제 학교에서 시행하는 치과검진을 해보면 최근 아이들의 치아상태에 문제가 많은 편인데, 특히 맞벌이 가정 자녀의 경우 충치 개수나 정도가 더 심한 것이 사실이다.
부모가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할머니가 자녀의 치아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제대로 된 구강관리가 되지 않고 자녀의 치아문제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아, 치과질환을 방치하다 상태가 심각해져 오는 경우도 많다.

◇양치는 양호, 치과 정기검진은 취약

치아가 약하고 충치 이환률이 높은 소아청소년기에는 특히 세심한 양치관리와 함께 치과정기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부분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제 때 치과관리를 받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조사결과 생활적인 구강관리 면에서는 맞벌이 부모 자녀나 외벌이 부모 자녀나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치과정기검진 부분에서는 맞벌이 부모의 자녀가 더 취약했다. 1년 이내마다 정기적으로 자녀가 구강검진을 받고 있다고 답한 부모는 전체 중 30% 내외로, 전반적으로 너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맞벌이의 경우 24.3%(82명)로, 외벌이(32.5%/110명)보다 더욱 취약했다. 6개월마다 치과에 정기적으로 가서 좀더 세밀하게 검진한다는 응답도 맞벌이(9.2%/31명)보다 외벌이(17%/58명)가 더 많았다. 구강 내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치과에 가지 않는다는 응답도 맞벌이가 72.2%(244명)로, 외벌이 64.2%(217명)에 비해 많아 자녀의 치과정기검진을 잘 챙기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 6세부터 12세는 영구치가 나오는 시기로 치과관리가 좀 더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기검진이 잘 안 되는 것은 치아관리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치과 정기방문 외 학교검진을 통해 1년에 한번 치아검진이 이루어지지만 충치수, 부정교합정도, 실란트 필요여부 등에 대한 항목이 체크 되어도 후속 치료 등의 관리는 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생검진 후 학교에 제출하기 위한 결과지를 받아갈 뿐 부모가 관심을 갖고 치료에 임하거나 학교검진 결과에 대한 문의 등 기타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혼합치열기 정기 치과방문, 올바른 양치법 교육 필수

치과정기검진은 기본적으로 1년에 한번 정도가 적당하다. 때문에 현재 1년에 한번 꼴로 학교에서 권고하는 구강검진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혼합치열기 시기에는 학교정기구강검진만 믿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는 시기로 아이의 턱모양과 치아모양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혼합치열기에는 3개월에 한번씩은 치과검진을 통해, 영구치가 제 때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 젖니가 정상적인 시기보다 빨리 빠지지는 않는지, 치아개수가 많은 과잉치나 부족한 결손치는 없는지 점검해보아야 한다.

젖니가 빨리 빠진 경우 방치하면, 영구치가 나오는 기간 동안 양 옆 치아가 빠진 이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영구치가 날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덧니가 생긴다. 영구치가 늦게 나오는 경우에도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영구치가 나오지 않는 것은 치아의 형성부진, 유치와 영구치의 유착, 치아가 잇몸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경우 등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각각의 상황에 맞는 치과전문관리가 필요하다.

정기적인 치과검진으로 자녀가 자연스럽게 치과 전문 위생사에게 올바른 칫솔질법을 교육받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이에 따라, 자녀가 성장하면서 양치질법도 본인의 구강상태에 맞게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양치관리습관을 길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혼합치열기는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는 나는 시기로, 이 시기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턱모양이나 치아배열이 결정되는데, 이번 중학생 조사를 통해 혼합치열기를 보낸 직후인 현재 치아상태에 대해 알아본 결과, 자녀의 치아에 대해 세심하게 관심 가져야 할 이 시기를 놓쳐 덧니나 충치가 많았다. 반드시 정기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치과검진을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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